(2020년 10월 30일) 문집 편집에 대하여
- 이윤경(51)
- 2021.01.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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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임원회의에서 문집 발간을 결정했을 때 과연 문집의 배송 주소를
정리할 날이 연말 안에 올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편집위원들과 실무 편집 일을 해준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8월 말까지 원고를 접수하고 책의 편집을 시작하며 저희들은 독특한 상황 안에서
시간의 도전을 받으며 작업을 해야했습니다.
8월 중순부터 한국 사회는 방역단계 2.5로 사회적/물리적 거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임원들은 물론 편집위원들도 단 한 번의 대면 편집회의를 갖지 못했습니다.
모든 소통은 화상회의/단체방/이메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연히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지요.
아시다시피 저희 문집의 주제는 6.25 70주년의 개인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문집이 2020년이 다 끝나는 지점에 나온다면 당연히 그 감동이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늦어도 10월 중순 동창회 총회까지는 출판 준비를 끝내야겠다는 판단이었지요.
애초에 임원회의에서 문집 발간을 결정했을 때, ‘문집은 우선 전자책(ebook)으로
만들되, 필요하면 종이책을 인쇄한다’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뒷전으로 미루어 놓았던 종이책이 “필요하면 인쇄한다’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는 친구들의 의견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전자책을 만들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니까요.
초점이 종이책으로 옮아가며 여러가지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많은 친구들의 관심으로 65편의 원고가 제출된 것입니다.
전자책의 경우, 페이지 수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종이책의 경우, 책의 크기는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우리의 문집은 A5사이즈로, 보통 수필집은 이 비슷한 사이즈로 인쇄됩니다.
A5 (A4의 절반)사이즈의 가장 이상적인 크기는 200-250페이지 입니다.
그보다 페이지 수가 더해지면 한 손에 들기가 무거워집니다.
물론 책의 단가가 올라가구요.
그러니 최대 250 페이지로 해도 책 앞에 일상적으로 포함되는 목차, 저작권정보,
등등을 제외하면 65편의 원고를 240페이지에 실어야 했습니다.
한편당 평균 3.7 페이지라는 계산이지요.
그러나 새 글은 새 페이지로 시작해야 하니 그로 인해 ‘낭비’되는 페이지를 34페이지로
치면 결국은 206페이지가 됩니다.
그러니 한편당 (A4의 절반 사이즈로) 3페이지, 또는 4페이지로 제한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부 친구들의 글은 A5의 두 배 크기인 A4로 편집해도 10페이지가 훨씬 넘었습니다.
그래서 A5 사이즈로 정리했을 때 6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보내준 친구들에게
글을 줄여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저희의 원칙은 제출된 원고를 모두 싣되, 65명이 공저한 문집의 특성 상, 아쉽더라도
제한 매수(A4 4매 이내)를 넘긴 원고는 줄여서 전체 분량을 맞추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친구들은 기꺼이 응해 주었고 모든 편집 결정을 편집진에 맡기겠다는대답도 보내주었습니다.
일부 친구들은 본인의 원고를 조금이라도 수정하려면 미리 알려달라고 해서 그런
친구에게는 낱말 하나를 바꿔도 본인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일부 친구들은 제출된 원고를 줄이지 말고 문집을 두 권으로 내자는 의견도 주었습니다.그러나 두 권으로 문집을 늘리자는 의견은 고려해볼 수 조차 없었습니다.
동창회는 제한된 비용과 환경 안에서 그렇게 복잡한 상황에 대처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집위원들은 글 한 편 한 편 꼼꼼히 읽어보며 혹시 중복된 말이나 이야기가
있는지 등을 살피며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글을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은 원고의 분량을 줄이지 않고는 페이지 수를 축소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특정 문단 또는 특정 에피소드를 삭제해도 글의 흐름에 지장이 없겠다고
판단되면 글 보내준 친구의 확인을 거치지 못한 채 편집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편집위원들은 모든 편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습니다.
특히 원고의 일부를 삭제, 편집된 글은 글 전체를 편집위원들이 다시 읽어보고
전체적인 흐름에 무리가 없는지 재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문집 전체를 보았을 때 전체적인 글 흐름이 훨씬 좋아졌고, 원문이 축소된 글도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 중요한 포인트가 더 잘 부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문집은 277페이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문집이 친구들의 기대에 못 미치게 되더라고 이는 저희들의, 또 저희들이 처한 환경의
한계 때문이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문집 편집위원과 임원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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